여름이 시작된지는 꽤 되었다. 그렇지만 이제서야 이런 글은 쓰는 이유는 나의 봄을 다시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독 올해의 봄은 나에게 길게 느껴졌다. 봄의 시작, 내 음악을 다시 펼쳐보겠다는 결심과 밴드를 시작해보겠다는 다짐으로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기대와 설렘,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의문꺼리들 역시 안고 일단 시작했다. 시작을 해야 어떤 일이 일어나고 그 일을 통해 새로운 문이 열리니까 말이다. 밴드 이름도 정하지 않고 멤버들만 모아서 시작했다. 일명 '류드럼,' '카마보코' 라는 사람들과 함께.
밴드는 위대하다. 혼자서가 아닌 같이 만들어나가는 음악, 그런 인생이니까 말이다. 성공을 해도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우리 팀이 잘해서이다. 어쩌다보니 내 주변에는 밴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마세이레코드만 해도 그렇고, 내 일본 친구들도 밴드를 하고있다. 처음에는 '왜 고생을 사서 하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고생길이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티격태격하다가도 서로 의지하며 무언가를 완성해가는 그 모습이 즐거워보였다. 요즘에 많이 배운다. 그 과정 자체가 보상이고, 행복임을 말이다.
그래서 시작해보았다. 밴드를. 여러 상황들이 있었지만 조금은 설명을 생략하려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음악을 하는 것이었다. 음악할 생각만 하면 항상 설렌다. 그 때도 그랬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 합주를 했다. 내가 예상했던 대로의 사운드였다. 거듭해갈수록 더 좋아졌고, 역시나 류드럼, 카마보코는 연주를 잘했다. 합도 점점 맞아갔다. 그리하여 어찌저찌 4월에 3번의 클럽공연까지 마치게되었다. 최고의 공연까지는 아니었지만, 여러 가능성들을 충분히 엿본 시간이었다. 그렇게 여러 대화를 나누고 꿈을 키워서 한국으로 다시 귀국을 했다.
다음 스탭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 서로 멀리 떨어져있는 상태에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초창기이기에 무작정 더 많이 만나고, 이야기하고, 연주해야 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7월까지는 일본에 들어갈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내 앞에 있는 일들에 일단 집중을 했다. 할 수 있는 일들, 해야할 일들에 집중했다. 그렇게 힘을 빼고 있다가 이번에 다시 출장을 가게 되었다. 먼저 도쿄로 갔다. 아주 무더웠다. 도쿄에서는 여러 옛 동료들을 만났다. 뮤지션, 요리하는 친구, 작곡가, 비즈니스 파트너, 신세졌던 라이브하우스 사장님 등... 예기치않게 나의 인간관계를 돌아보았다. 좋은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었고, 앞으로도 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만하다고 느꼈다.
오사카에서는 당연하게 내 밴드멤버들을 만났다. 카마보코와 만나 연주하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류드럼과는 3일 연속으로 버스킹을 했다. 성공적이었다. 가면 갈수록 더 연주가 좋아졌다. 서로 합도 잘 맞아가서 마지막 즈음에는 정말 멋진 연주가 나왔다. 관객들의 반응도 물론 좋았다. 연주는 뮤지션으로서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밴드를 한다고 했을 때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느냐' 인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참 어렵다. '인간관계'라고 불리우는 그것이다. 어떤 관계는 너무 쉽게 가까워지고 쉽게 멀어진다. 어떤 관계는 처음에는 어렵지만 진득하게 오래간다. 또 어떨 때는 내가 조급해하다가 결국 멀어진다. 무언가 그냥 잘 안될 때도 많다. 나이를 좀 먹으면서 배운 것은 '기다리는 법'이다. 패기넘치고 어린 나는 늘 끌어당기는 것밖에 몰랐었다. 내 노래 가사처럼... "밀당을 어떻게 해. 난 자석이니 널 당길 수 밖에..."
잘 안될 때에는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저 묵묵히 내 일을 해나가다가 뜻하지 않게 기회가 다시 찾아올 때가 많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운명'이나 '인연'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정의한다. 나는 잘 모르겠다. 그것이 운명인지 인연인지는. 하지만 인생을 사는 비결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조금 힘을 빼고싶다. 어릴 때는 원래 잘 안되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말이다. 이제는 좀 더 나이먹고, 결혼도 했고, 가정도 있다. 물론 얌전해지겠다는 말은 아니다. 내 앞의 일들에 집중하며, 꿈꾸고 다시 도전해나가겠다는 뜻이다.
나는 SSAM으로 다시 서기로 결심했다. 내가 바로 서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내게 더 붙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그들을 힘들게 끌어당기지 않아도 그들이 내게로 온다는 것이다. 음악적으로도, 성품적으로도 이번 여름에는 많은 개발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벌써 가슴이 끓어오른다. 스티브잡스 자서전을 읽고 있다. 7월 20일에는 공연이 있다. 한국에서 정말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다. 뜨거운 여름속으로 빠져들어갈 준비가 나는 되었다. 아니, 이미 빠져있는지 모른다.
이 나이에 벌써 인생의 물리를 깨우친거보면 정말 마마세이 대단한거 같아요 :) 오사카 여행 갔을때 이안이는 류드럼의 드럼연주를 보고 흠뻑 취해있었고 저는 카마보코의 여유로운 밴드케리에 반해있었는데 그 두 사람과 쌤의 밴드라니!! 정말 기대됩니다~ 화이팅 하시고 이번 토요일에 즐거운 연주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