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친구 셀리나를 통해 뉴잭스윙 이라는 미국 90년대 대중음악을 접하게 되었다. 정통 알앤비보다는 팝스럽고, 힙합보다는 밝은, 노래하는 힙합 같았다. 내 친구 셀리나의 십대 시절을 책임 진 뉴잭스윙은 마치 우리나라의 소녀시대나 빅뱅, 브라운아이드걸스 처럼 ‘언니, 오빠!‘ 비명 소리가 절로 나오는 우상 같은 존재였지 않을까 싶다.
이 뉴잭스윙이라는 음악에 관심을 갖고 스터디 하던 중, 한국 최초의 뉴잭스윙 그룹이 듀스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돌아봐> <여름 안에서>와 같은 히트곡으로 듀스는 내게 친숙한 그룹이었다. 듀스를 통해 거꾸로 미국의 뉴잭스윙 사운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이돌 팬덤문화이나 한국어로 랩하는 힙합문화를 형성했다면, 듀스는 좀 더 음악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이 두 그룹이 지금의 케이팝을 있게 한 양대산맥인 듯하다. 듀스의 이현도와 고 김성재. 이현도는 댄서 출신으로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댄서로 발돋움하기 위해 직접 음악공부를 하고 비트를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춤을 습득했던 방식처럼, 음악도 맨 땅의 헤딩하듯 배워갔다. 춤 실력만큼이나 두뇌가 비상했던 이현도는 신디사이저와 컴퓨터를 빠르게 배워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갔다.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그의 음악적 뿌리가 흑인음악이었다는 것이다.
“저희 음악의 주제는 흑인음악이거든요. 굳이 그것을 고집한 이유라면, 그 음악을 들어서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고 또 그 음악과 함께 자라왔었고, 저희 음악의 색깔이 있고 저희가 그런 음악을 잘한다고 여러분이 인정해주셨으니깐요.“ (듀스 이현도 인터뷰 중 1995)
어찌보면 그 당시에는 아무런 롤모델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케이팝 사운드가 매우 발전 되었지만, 그 때는 보고 배울 만한 것이 한정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춤 출 때 즐겨 들었을, 자신이 제일 사랑하는 흑인음악을 공부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케이팝의 뿌리가 그들에게 있었음을, 그들의 뿌리가 흑인음악에 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SBS 방송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2021년 01월 24일 방송
오래전부터 <빛과 소금> 이라는 한국의 듀오를 좋아했다. 세련된 멜로디와 플레이. 빛과 소금 특유의 멜로디를 들어보면 한국 가요 특유의 멜로디라인이 여기서 왔을 것이라는 짐작이 든다. 80년대쯤부터 형성된 그 시절 ’동아기획‘이라는 대한민국의 음악 크루 중 끝물에 서 있던 빛과 소금. 한국의 옛날음악과 요즘 음악을 잇는 교두보와 같은 존재였을거라 생각해본다. 그리고 90년대에 등장한 전혀 새로운 세대인 서태지와 아이들/듀스 라인까지. 듀스의 히트 이후 수많은 댄스 그룹의 작곡가로 활약했다. 이현도의 손을 거쳐간 댄스 그룹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우리나라의 대중음악의 계보를 이렇게 알아가는 과정이 참 즐겁다. 이제 또 새로운 케이팝을 대중들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정형화된 케이팝 사운드에 지쳐버린 대중들이, 새로운 얼굴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듀스가 대중에겐 생소하고 동시에 자신들은 좋아하며 자신이 있었던 흑인음악을 들여와서 한국가요씬에 씨를 뿌리고 퍼뜨렸던 행보처럼, 음악회사인 우리 마마세이 레코드도 새롭고 신선한 우리만의 음악을 만들고 있다. 모든 뮤지션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대중음악사를 탄탄하게 스터디해왔다. 선대 뮤지션들을 향한 존경의 표시이며, 우리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음악인이라는 정체성에서 비롯되었다.
케이팝, 아니 케이락이라고 불러주길 바란다. 한국을 대표할 젊은 목소리인 마마세이 뮤지션들이 만들어나갈 음악을 말이다. 팝이라는 것은 원래 락이었고, 락이라는 것은 곧 밴드음악을 말한다. 대중음악사를 공부하면 밴드음악은 인디가 아니라 모든 음악의 뿌리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당신의 귀에 익숙한 컴퓨터 음악이 리얼악기에서 왔다는 것을 느껴보길 바란다. (아주 오래 전 유럽의 백인들이 연주한 오케스트라도 밴드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음악의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그대의 영혼이 진정으로 살아있다면, 살아 숨쉬는 아날로그 방식의 연주를 들어보길 바란다. 앨범으로써, 라이브 공연으로써 느껴보길 바란다. 이것을 우리 스스로 ‘Mamasay Original’ 이라고 부르고 있다. 마마세이의 작품이 모든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충격과 귀감이 되기를 당돌하게 바래본다. 우리는 이 멋지고 위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얘기를 듣고 있는 여러분도 그러길 바란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자신 있는 것 한 가지를 확신 있게 밀고 가길 바란다. 남의 눈치나 유행을 따라가는 것도 이제는 구식이다. 마마세이 레코드도, 당신도 그렇게 살아갔을 때 먼 훗날 과연 어디까지 도달해있을지 결과를 지켜보며, 2025년도 아름답게 만들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