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서는 길에 해가 쨍쨍했고, 공기가 좋았다. 나가서 이곳저곳 걸어다녔다. 발 길 닿는 곳으로 계속 걷다보니 만나는 것들에 정신 팔려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았다.
하루가 다 끝나갈 무렵 하늘을 보았다. 노란색 조명에 비치는 반짝이는 무언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분명 눈이라고 믿고 있었다. 오사카에서 첫눈을 본 것일까!
깜깜해졌고 이젠 집에 돌아갈 때가 왔다.
전철을 타고 Coldplay의 ‘Fix You’와 함께 하루를 돌아보며 집으로 향했다.
역에서 나와서 신호등을 건너며 보이는 다급한 사람들. 아니나 다를까 비가 오고 있었다. 모두 나와 같았다. 비가 올 줄 정말 몰랐고.. 옷으로, 가방으로 가리며 뛰기 시작했다.
나도 역시나 우산이 없기에 에라 모르겠다 뛰었다. 그 순간 빗줄기가 거세지고 쫄딱 다 젖었다. 도무지 안될 빗줄기여서 멈췄다. 집까지 5분을 남겨두고 아깝게.. 쯧,, 어떡하나 시계만 보고 있었는데 건너편의 노란 이자카야에서 아저씨가 나와서 말을 건냈다.
“갑자기 비가 오네.. 으이구 사람들 비 맞겠네.. 거기 이리 와봐! 우산 쓰고 가”, “이런 날 일 수록 비를 맞으면 안돼. 감기 조심하고 내일은 화창한 하루가 찾아올 거야. 괜찮으니까 빨리 가져가!” 하며 딱 하나 걸려 있던 우산을 펴서 건내주셨다.
이 순간이 너무 감동이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내고 필요를 채워주며 그 사람의 하루가 화창 할 거라고 말 한마디를 더해주는 것. 차가운 비를 맞고 안좋았던 기분. 그런 거 없어졌다. 이 따뜻함에 그냥 감사했다.
개인주의로 치닫고 모르는 누군가에게 먼저 말 거는 일이 드문데 (오히려 오지랖이라고 생각하지..) 이런 사람들 덕분에 세상이 계속 아름다울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