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을 자주 듣곤 한다.
“oo하는 사람이 오히려 oo해” 같은 것 말이다.
“욱하는 사람이 알고보면 마음이 따뜻해”
“조용한 사람이 제일 무서워” 뭐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저 사람은 분명 이러이러한 사람인데, 또 반대의 면이 있네?’ 이런 발견들을 살면서 심심찮게 한다. 그렇다고 항상 맞아떨어지는 것은 또 아니다. 어떨 때는 비약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것들은 대부분 양면성을 가진다. 사람은 위에서 말했듯 그 대표적인 예이다. 사물이나 개념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모든 것들을 하나의 개념으로 정리하고 싶어하지만 그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그러한 양면성에 대해서 균형있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도 몇 없다. 누구나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져서 자신만의 판단기준으로 모든 것들을 판단하며 살아간다.

어떤 책에서 이야기했다. 이 세상은 복잡계라고.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그런 세상이 고통스럽다고까지 말한다. 그렇다. 복잡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이 세상. 생각할 것도, 할 것도 많다.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님 그런 질문 자체가 틀린 것인지... 고민해 본 적이 다들 있을 것이다.
올 한 해 나도 이런 고민을 했다. 과거를 돌아보기도 했다. 이전에 내렸던 나의 결정들, 했던 생각들을 돌아보았다. 무엇이 맞았고, 무엇이 틀렸을까. 그 땐 왜 맞고 지금은 왜 아닌가. 또 지금 벌어지는 일들에 대입해서 생각해보았다. 상황들을 살피고, 또 살피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도, 상황도 양쪽 면을 다 보고 판단하려고 노력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좋은 판단들과 그저 그런 판단들, 안좋은 판단들이 섞여있었다. 생각을 많이 하고 행동에 옮겼는데도 사실 ‘더 나아졌나?’하는 의문이 든다.

철학의 심오한 통찰 끝에는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아주 단순한 원리만 남는다. 소크라테스를 떠올리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너 자신을 알라” 이 한 마디가 아닌가. 이 짧은 문장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와 질문과 깨달음이 있었을 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양면의 것들을 한꺼번에 생각한다는 패러다임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다. 또 모든 것을 꿰뚫는 하나의 단순한 원리가 도출될 때까지 수많은 고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생을 너무 쉽게 사려고 하나?‘ 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원래 인생은 어려운 것인데, 모두가 순간순간의 선택과 결정을 어려워하는데 말이다. ‘실패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나’ 싶었다. 모두가 실패하며 배워가는 것인데, 스스로를 용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 당장 잘해야만 하고, 바로 나아져야만 하고... 스스로를 옥죄는 습관이 깊이 베어있었다.

그러다보니 내 자신에 대한 확신도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 ‘내 생각이 맞나?’ 의심하게 되고 갈팡질팡했다. 그럼에서 판단미스가 나오기도 했다. ‘전략테마’를 보유한 사람은 직감이 매우 뛰어나다고 한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부터 직감을 무시하고 사고에만 의존했던 자신을 보았다.
바보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틀리기를 두려워하면 더 틀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주에도 확신이 없으면 더 많이 틀리는 것처럼 말이다. 연습을 똑같이 안해도 자신있는 사람이 좀 더 나은 경향이 있다. 연습은 물론 성실히 해야한다. ㅎㅎ 그러니까, 자기 확신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남 의식하는 것도 좀 줄이고 말이다. 책임감이든 뭐든, 그냥 눈치보지 말고 자기 앞의 할 일들 잘 해나가면 된다 뭐 그런 말이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대담하고 용기있는 사람인 줄 안다. 아니다. 나 겁 많고, 걱정 많고, 생각 많아서 머리가 터질 듯한 사람이다. 근데 그냥 행동으로 한 번 옮겨보는 것 뿐이다. 머리가 복잡할 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아는 사람이니까.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 다음 스탭으로 가고싶다.
힘을 뺀다는 표현이 있다. 아주 추상적인 개념이다. 노래를 할 때 목에 힘을 빼라고 내 보컬선생들은 하나같이 이야기했다. 나중에 알았다. 목에 힘을 진짜로 빼면 안된다는 것을!! (이 못난 선생들아 ㅎㅎ) 목에는 힘을 줘야 한다. 다만 힘을 줄 곳에 정확히 줘야 한다. 그럼 된다. 인생도 그렇게 살아야 하고, 음악도 그렇게 해야 함을 느낀다.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멋진 하모니가 되기까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야 한다. 그저 묵묵히 가야만 한다. 그 끝에는 반드시 결실이 있는 것을 믿으며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