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가자
어린시절 시간을 가장 많이보냈던 놀이터는 모습을 완전히 바꾸었고, 늘 아는 얼굴들이 다니던 그 거리에 이제는 처음보는 아이들만이 나를 지나친다. 과거의 그것들 모두 이제는 ‘추억‘이라는 단어로 내 지난날에 남겨졌구나.
밤거리를 혼자 거니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표정을 통해, 걸음을 통해 느껴지는 그것들.. 누구나 자기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돌고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해 즐거우려고 노력하며, 노력만큼 실제로 즐겁다. 최대한 옳은 것을 선택하려고 노력하며, 옳은 것이 무엇인지 배워간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 노력과 배움, 즐거움이 모여서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겨질 뿐이다.
아름다운 것은 슬프다. 그 순간이 가슴속에서 영원하려면 슬픈것을 그저 슬픔으로 내버려둘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너무 괴로워했기에 내 삶에는 낭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못했다. 심한 열심, 그리고 성실함. 아름다운 것, 슬픈것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도록 막아선 것들은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흘러가는 것들을 나에게로 끌어들여 안정감을 찾으려는 것을 그만두고 이제는 더 멀리를 볼까. 내 곁을 지나는 것들에 미련을 두지 않고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영원할 것 같던 과거의 순간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래, 우리 삶에 종종 ‘끝’이라는 것이 찾아온다. 그것을 두고 떠나야 하는 때가 찾아온다. 아름다움으로 두고 간다. 나의 모든 실수, 실패, 그리고 사랑 까지도.
우리의 시간중에는 지금 당장 말로써 표현되지 않는 것들이 있고, 그러지 않는 편이 더 좋을 때도 있는 것 같다. 내버려두는 것, 그것은 나에게 매우 새롭고 어렵다.
사랑, 그리고 아름다움과 같은 것들은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를 찾지 않아야 하며, 계속 인내해야하고, 같은 선택을 계속 하며 마음을 지키는 것이다.
이 젊음의 시절에서 정작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랑을 받고 빛나 보이는 것? 미움받지 않는 것?… 아니다. 상처받지 않고 순수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고 너덜너덜해져 더이상 아무것도 할 힘이 없다고 말하지 않는 삶. 많은 것을 알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진심 다해 사랑할 무언가가 있고, 달콤한 것이 아닌 건강한 것을 좇아가는 것. 그렇게 산 인생의 끝에 무언가 내가 후회없이 자랑스러워 할만한 무언가가 남는 것.
그렇게 살아가자. 후회없이, 남기자. 버릴 것은 과감하게 두고가자. 내 안의 소리, 이렇게 살라고 말하는 양심의 소리를 따라가자. 정답이 주어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
그 끝에서, 모든것이 아름다웠다며 기쁨의 눈물 흘리자.
주변 눈치만 보며 남의 삶을 사는게 아닌 내 삶을 살아가는것! 더욱 값진 일이지만 어렵죠. 하지만 기쁜 일입니다. 사실 사람은 멋대로 살도록 지어진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