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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로 떠나고 싶은 날

이제까지 아무에게도 고백한 적은 없지만, 난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훌쩍 떠나는 상상 말이다.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오직 혼자만 있는 공간과 시간으로 여행하는 상상.

다행스럽게도 결혼해서 아이까지 생기면서 이 상상은 실현될 가능성이 더욱이 사라졌다.



내 깊은 마음 속에는 알고있다.

이것은 내 앞의 현실을 회피하려는 마음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나는 대부분의 인생의 순간에서 도망치지 않고 살아왔다.

때로는 도망칠 수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내 앞의 문제들을 돌파하며 거의 매순간을 ’이기며‘ 살아왔다.

나쁘게 말하면, ‘내 맘대로’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 발견한 나의 모습은, 나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고 괴롭히는 자신이었다.

아무도 나에게 요구하지 않은 일을 가지고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나와 주변 사람들을 당황케했다.

이것의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본다.

그저 너무 어린 것일까? 과도한 책임감인가? 등 수없이 생각해보았다.

또 최근에는 ‘힘을 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도 사색했었다.

하지만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형체가 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다.

“가정에 집중하라,” “자기 음악에 집중하라” 등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것 역시 어떻게 해야할 지

전혀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 ‘무인도병’이 도져있는 상태였다.

그냥 다 놓고 도망치고 싶었다. 힘을 빼는 것이고 뭐고 다 모르겠고,

그냥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다. 최근에 일본 출장을 다녀왔는데,

떠나기 전까지도 그러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출장 중에, 7기와 파파쌤만의 데이트 시간이 있었다.

그 도중에 파파쌤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군대에 다녀오는 게 어떻겠냐”라는 이야기였다.

파파쌤은 “인생을 길게 볼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

오사카에서 버스킹을 하는 등 이제 겨우 내 음악에 대한 실마리가 보이나 했는데

군대라니, 청천병력같은 이야기였다.



며칠동안 생각에 잠겼다.

생각을 계속 하다보니 차라리 잘됐다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엎치락 뒤치락하던 내 인생에 쉼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기가 태어나는 마당에 가정에 온전히 시간과 노력을 쏟지 않을 수 없었다.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 라는 7습관 법칙이 문득 떠올랐다.

이로써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었다.

’힘을 빼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의연하게 내게 주어진 삶을 떳떳하게, 꿋꿋하게 살아가며 배워가는 것 같다.

정말 쉽지않은 길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또한 나의 인생인 것을!

‘진짜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파파쌤은 자작곡 ‘어른, 사랑’에서 말한다.

“어른이 되가야 한다고, 사랑은 주는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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