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 않은 길로
이제 곧 새학기는 시작되고, 모두들 새로운 자리에서 삶을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2월이 끝나감과 함께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정리해가고 있다.
그 중 당연히 나에게는 앨범제작이 가장 큰 덩어리였다. 지난 여름 후반부터 거의 6개월을 쭉 집중해왔다. 앨범 발매로 끝이 아니라 활동의 본격적 시작은 그 이후부터 라는것을 생각하면 6개월보다 더욱 긴 시간동안을 이 앨범 제작의 여정에 쏟아 부은것이다.
알겠지만 6개월 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작지 않은 결과물들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기도, 놀랍게 성장하고 변화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나도 이 제작 기간동안 느낀것과 배운것이 정말로 많았다.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으니 더욱 그랬다. 잠시 지칠 뻔도 하도, 지금 만큼은 내가 마마세이의 얼굴이라는 것이 부담감과 걱정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내가 이 앨범을 이 시기에, 이런 방식으로 발매 하는것이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공동체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계속 찾으려고 했다. 그 의미에 맞추어 이 과정을 잘 마치고 싶었다. 올바르고 성숙하게 생각하고 싶었다. 의미를 찾으려던 중 생각은 더 오랜 과거로 흘러갔다.
나는 학생 시절 가장 불안한 정서를 가지고 있었고 극심한 보호와 사랑을 받아야만 사람이 될 수 있었던(?) 어린 나였다. 성향상 아웃풋이 많고 튀는 사람이라 그에 맞게 인풋도 많이 필요했기에 선배들과 선생님들의 가장 많은 보살핌을 받았다. 나와 같은 트론프맨 뮤지션인 동갑 친구들 중에서 아마 가장 많은 인풋을 받고 아웃풋을 해왔을 것 같다. 내가 싱어송라이터를 결심해 온 이후부터 나는 쭉 노래를 하고 나의 스타일을 찾고 굳히는데에 계속 집중을 했다. 나에 집중했다. 그게 자연스레 앨범 제작까지 이어져 온 것 같다. (물론, 내가 선언 했고 결심했기 때문도 있었고 상황과 시기상의 이유들도 있었다.)
그러다 내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을 돌아보며, 나의 고마운 동료들이 한 명 한 명 생각나기 시작했다. 내가 앨범을 제작에 집중하는 동안 내가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한 일들에 다른 이들이 내 몫까지 더욱 애를 써주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앨범 제작 뿐만 아니라, 그동안 나를 받아주고 뒷받침해주느라 알게 모르게 애를 먹었을 동료들을 생각하니 내 세상이 깨지는 것 같았다. 웬만하면 후회를 잘 하지 않는 나지만, 그건 나에게 정말 큰 후회를 불러일으키는 일이었다.
이번 앨범 제작 여정이 끝난다면, 나는 이제 그들이 그들의 것을 개발하고 구축하는데에 더 시간을 쓰도록 그들과 바톤 터치를 해줄 차례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를 서포터 해주었던 것 처럼 내가 그들을 서포터 해 줄 순서인거다. 프론트맨으로서의 개발을 할 차례인 이들을 뒷받침해주는 연주자로서, 잡일들을 덜어주는 매니저로서, 후배들을 더 챙기는 선배로서 말이다.
나는 지금 최고의 서포터를 동료들로부터 받고 있다. 아직 나의 앨범 여정은 중요한 일을 남겨두고 있다. 그 때 까지 완벽히 나는 그들의 서포터가 절대로 헛되지 않도록 프론트맨으로서의 임무를 멋지게 다해내는것이 내가 할 일인 것 같다.
이렇게 이제 나의 어린 시절은.. 끝나가고 있는 것 같다. 2022년까지가 나의 청소년기의 결산인 것 같다. 나의 다이내믹했던 십대가 드디어 일단락 되었고, 과분하고 염치없다고 느낄 만큼 사랑을 많이 준 내 주변의 성숙한 어른들 덕에 극심히도 불안했던 나의 내면에 다행히도 꽤 단단한 안정이 찾아왔다. 익숙하지 않은 길, 가보지 않은 길이 이제 눈에 띈다. 잠시 나는 숨겨두고, 내가 아닌 주변을 더욱 생각하고 챙기며 더욱 진실되게 사랑하는 단단한 사람으로, 조금은 어른으로 올해부터는 살아가려고 한다. 가보지 않은 길, 이제는 그 길이 보인다. 그곳으로 멋지에 나아가고 싶다. 나의 2023년은 그간 내가 살아온 삶과는 굉장히 다른 국면일 것으로 기대가 된다.
멋지다. 나의 삶. 멋지다. 나!
너의 어린시절이 끝나고 이제 어른으로써 다시 10년, 20년이 흐를것입니다. 축하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아무튼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