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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주는 사람

9개월간의 문화센터에서 취미생들을 가르쳤다. 지난 겨울부터 꽤 긴 시간동안 해온 일이다. 그저 하나의 일자리라고만 생각하기보단,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었다. (출강하는 날마다 하기싫다는 마음과 엄청나게 싸워야 했기 때문에..ㅎㅎ) 역시나 끝나고보니 남는것이 참 많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 시간들을 통해 나는 인생의 일부를 새롭게 배우게 되었다.

첫 출강 날 돌아오는 길에 전공생을 가르치는것보다 어쩌면 취미생을 가르치는게 더 어렵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꽤 긴 시간 이 일을 하는 동안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사람’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연주를 통해 그 사람의 성격과 성향이 정확하게 드러난다는 원리는 음악을 처음 배우던 때에 이미 깨닫긴 했지만 취미생들을 가르치면서 더더욱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드럼 소리가 시끄러워서 아주 작은 모션으로 작은 소리로 연주한다던가, 어떤 사람은 템포가 엄청 왔다갔다 하고, 어떤 사람은 전혀 악보와 다르게 연주하지만 시범을 보여주면 정확히 따라하기도 하고… 같은 진도를 나가더라도 모두의 특징이 너무나도 다른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정확하게 악보를 연주하는것에 매우 약한것을 볼 수 있었다. 한 번은 한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을 붙잡고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 말아볼까?' 생각이 들어서 한 페이지 분량을 정확히 연주 할 때까지 틀리는 부분을 계속 반복하게끔 이끌었다. 맞으면 넘어가고, 틀리면 "다시, 다시해보자."하며 멈추고. 한 대여섯번쯤 같은 부분을 반복하다보면 본인 스스로도 잘 되지 않는 모습에 답답한지 짧은 한숨을 쉬며 다시 천천히 해나간다. 5분도 안되는 그 짧은 시간동안 아이의 감정은 희망과 절망을 엄청나게 오간다. 선생인 나는 그것을 아주 잘 느끼고,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주면서 아이가 해낼 수 있게끔 해준다. 레슨이 끝나고 자리로 돌려보내면 또 다시 다음번에 틀리게 연습을 해오긴 하지만. 매주 이런 과정이 반복되었고, 결국 마지막 수업때는 그 학생에게 말했었다. "천천히 하면 결국 넌 항상 잘해냈잖아. 정확하게 하나씩 하는게 사실은 더 빨리 끝에 도달하는 방법이야. 선생님이랑 같이 하면서 느꼈지? 앞으로도 00이는 이렇게 천천히 하는걸 하면 되는거야. 00이가 그랬던 것 처럼 빨리 하고싶어서 그냥 넘기다보면 나중에 처음으로 결국 다시 돌아가서 다시 해야한다? 그러니까 쌤이랑 했던 것 처럼 앞으로도 계속 연습해봐. 이런거 사실 잘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ㅎㅎ 너는 잘할거야"

우리는 유명인들의 화려한 연주를 보고, 멋지게 노래하는 잘생기고 예쁜 퍼포머의 모습들을 주로 본다. 나도 저렇게 멋지게 연주하고 싶다는 마음. 지금 당장이라도 남들을 '헉'소리 나도록 사로잡고 싶은 마음. 우리는 사실 그만큼 천천히, 많이 노력하지는 않는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과정이 반드시 따른다. 그 앞에서의 상실감에 우리는 '이게 내 길이 아닌가보다'라며 포기해버린다. 우리가 바라는것은 저 멀리에 있다. 하지만 막상 우리는 '여기'에 있다. 그건 사실 당연하기도 하다. 쉽게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특히 이런 살아감의 원칙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같이 해주거나,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거나, '힘들었지'라며 안아주지 않는다. "사는게 다 그런거야."라는 푸념섞인 말을 할 뿐…


걸음마를 뗄 때, 두 발 자전거를 처음탈 때, 처음으로 학교에 갈 때, 처음으로 사랑을 할 때, 처음 직장에 출근할 때… 우리에게 지혜와 조언이 필요한 순간들은 너무나 많다. 한 사람의 성장에는 아주 많은, 다양한 조언이 필요하다. 하나의 사회인이 되려면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많은 숙련과 경험이 필요하다.

나는 그렇게 함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 사람을 멋진 한 명의 사회인으로 독립시키기 위해서 처음과 끝에 늘 함께 있는, 항상을 함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살아온 것을 바탕으로 네가 살아갈 것을 알려주고 싶다. 혼자 알아가기에 너무 거친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세상의 도처에 있다. 성급함, 조급함에도 함께하며 매 순간 정신차리고 앞을 볼 수 있게끔, 천천히 올바르게 갈 수 있게끔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알아야 할 것들은 적절한 시기에 알며, 몰라도 될 것들 앞에서 눈을 가려주는 그런 사람. 그것을 위해서는 그의 인생에 함께해야만 한다.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것이 아닌 늘 함께하는 사람. 이런것이야말로 진정한 멘토, 리더가 아닐까?



댓글 12개

12 Comments


jinsungyoon
jinsungyoon
Aug 28, 2023

언제나 항상, 보고 있어요, 어디에나 전부, 알고 싶어요~~~^^ 수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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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ght
deLight
Aug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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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또 좋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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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ozY
JcozY
Aug 28, 2023

스스로가 많이 갈구했기에 같은 방식으로 나눠주게 되는거같네요ㅎㅎ 많은 이들이 그런 선생님을 필요로 하고 바랬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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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ght
deLight
Aug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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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것 같아요 ㅎㅎ 잘 마치고 나니 뿌듯함이 크더라구요. 세상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잘 깨달을 수 있엇던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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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M
SSAM
Aug 28, 2023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꼈군요!!

그동안 수고했고, 앞으로의 성장도 기대하며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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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ght
deLight
Aug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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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시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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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YoungSing
YeYoungSing
Aug 28, 2023

자신의 경험으로 누군가를 좋은 길로 이끌어주고 싶은 마음! 이런 선생님 밑에서 배우는 학생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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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ght
deLight
Aug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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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런 배움 아래에서 행복했기 때문에 저도 똑같이 흉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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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ssippi Kang
Mississippi Kang
Aug 28, 2023

잘 안된다고 건너뛰어버리면 결국 빵꾸가 나는 법..!

지금 당장은 안되는 것 같아도 차근차근 내 꿈의 집을 쌓아올리는 거라 생각하며 살아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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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ght
deLight
Aug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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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의 인생에서는 이런것들을 반드시 훈련하고,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해. 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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