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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너무나도 희미해서 거의 볼 수 조차 없다.

있다는 사실조차 알 수가 없다.

아무렇게나 넘나들 수 있어서

넘어버리더라도 금방은 아무런 큰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자꾸만 왔다갔다 한다.

선을 넘어 저 멀리, 겉잡을 수 없이 멀리 가버려도

쉽게 눈치챌 수 없고 아무도 말릴 수 없어서

우리는 자꾸만 더 깊이 더 한참을 가버린다.

‘아차’싶은 순간이 올 때는

이미 망가져버린 이후고,

너무 많은것을 봐버린 이후라.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선 앞에서,

누구도 문제삼지 않는 '자유'의 안팎에서 한참을 헤매인다.

그러는 동안 우리네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은 전부 일찌감치 저 멀리로 가버린다.

조금은 괜찮겠지 싶은 모든것들은 너무나 달콤해서

우리가 더 자극적인 것, 더 강한것을 자꾸만 원하게 만들고

결국은 어떤걸 갖다 바쳐도 만족할 수 없는 정도가 될 때까지 서서히 으스러져간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들.

차라리 보지 못했다면 좋았을 것들.

글쎄. 영영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며 살 수 있을까.

세상 모두가 내 눈 앞에 악이란 악은 전부 들이미는데도 외면하며 살 수 있나.

이미 고개를 돌려버렸다면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림 제목 : 에덴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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