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써진 명곡에 대한 이야기
지난 주 후딱 중국을 다녀왔다. 지지난 출장에서 음식으로 너무 고생을 해서 이번에는 캐리어 가득 음식을 챙겨갔다.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출장을 거듭할 때마다 두세 곡의 새로운 레퍼토리를 추가해서 공연을 진행한다. 반복해서 찾아오는 팬들을 위해서 매번 다른 영상 콘텐츠와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어서다. 팬들도 그런 변화를 매우 좋아한다. “오늘 새로 준비해 온 곡 너무 좋았어!”라고 말해주는 팬들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다. 그런 말을 계속 들어서인지, 혹은 출장을 다니며 보고 느끼는 것들이 점점 풍부해지고 있기 때문인지 요즘은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져간다. 아시아 투어를 하며 발전된 나의 음악 스타일대로 다음 앨범이 탄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 앨범을 앞두고 지난 작품들을 다시 곱씹어보고 있다. 한 앨범에 두 편 이상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앨범마다 열 곡 이상을 수록했던 열정, 한 해에 두 장의 정규앨범을 냈던 시절을 돌아보면 대단했구나 싶다. 특히 2집을 떠올리면 두 달 동안 스튜디오에 갇혀 온종일 곡을 쓰고, 녹음하고, 편곡하고를 반복했던 2024년의 여름이 기억난다. 그런데 그 해의 여름이 얼마나 더웠었는지, 바깥의 느낌이 어땠는지 같은 기억은 하나도 없다. 정말 하나도. 그 정도로 2024년의 여름은 ‘2집’ 그 자체였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그해 겨울에 연달아 3집까지 냈을까. 그때의 정신 상태는 어떤 거였을까 싶다.


1집은 알다시피 나의 풋풋한 자체다. 2집은 성장통. 3집은 세 앨범 중 가장 대중적인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셋리스트도 가장 폭넓고 다양하고, 사운드도 가장 정리되어 있다. 공연이 끝나고 팬들이 “이 노래 들어있는 앨범이 뭐예요?”라고 물어볼 때, 대체로 3집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 있다.
나는 내 삶에서 일어난 장면들을 ‘통으로’ 기억하는 편인 것 같다. 기억의 용량도 꽤 많은 편인 듯하다. 주변에서는 이런 나를 두고 ‘인지가 빠르다’고 표현한다. 확실히 그런 편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만든 작품들에 대해서도 그 즈음의 감정, 상황, 곡을 썼던 때의 기분, 순서, 장소 같은 것들을 거의 전부 기억한다. 내가 쓴 곡들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그렇다. 그런데 <떠나볼거야>는 거의 유일하게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곡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너무 예쁜 하늘과 구름)
어떤 메시지를 강력하게 표현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스토리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물론 그 즈음 내가 생각하고 있던 어떤 것이 자연스럽게 곡으로 나왔겠지만, 그것마저도 딱히 깊은 생각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보통 가사를 먼저 쓰거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와 어울리는 화성을 먼저 구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주 가끔은 앞에 앉는 순간 곡이 통째로 써질 때가 있다. <떠나볼거야>가 그랬다. 멜로디, 가사, 코드 진행과 연주가 동시에 떠오르는 것이다.


(친구들의 액세서리에 매달려있는 딜라이트)
참 희한하게도, 애써서 완성한 곡들보다 이렇게 의도치도 않게 10분 만에 쓰여진 곡들이 항상 명곡이 되는 것 같다. ‘거짓꿈’, ‘Superhero’, ‘아세만’, ‘떠나볼거야’가 그 대표적인 곡들이다. 메시지도 매우 간단하고 멜로디도 단순하다. 그냥 술술술 써진 곡들이다. 그런데 이런 곡들은 공연 셋리스트 중에서도 절대 대체가 안 된다. 인생이 원래 그런가? ㅎㅎ 힘을 줄 때는 자꾸 비켜나가고, 힘을 뺄 때는 이상하게 잘 풀리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 스킬을 더 배우고 잔뜩 애를 쓰는 것보다, 나의 상태를 잘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한 걸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다음 앨범을 더 잘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더 해야 할까 계속 생각해보지만, 결국에는 이런 허무한(ㅎㅎ) 결론에 도달한다. 글이 잘 써지는 상태, 노래가 잘 되는 상태, 훌륭한 악상이 떠오르는 상태. 이런 것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결국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열심히 하는 것만큼이나,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는 나의 상태를 잘 만들어두는 일이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정확히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그렇다.

지난 출장에서는 세 번의 공연을 했는데, 마지막 공연은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해봤다. 친구에게 중국어 통역을 부탁해서 말이다. 내가 드럼이나 장구를 연주하지 않고, 앉아서 차분하게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하는 소박한 공연이었다. 반응도 꽤 괜찮았고 음악도 잘 나왔다. 락스타 딜라이트가 아닌 싱어송라이터 딜라이트의 모먼트를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아무래도 락스타이기 이전에 싱어송라이터가 먼저였던 터라, 작곡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을 못낸다.
그래서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브이로그 콘텐츠에서도 ‘싱어송라이터 딜라이트’에 대해서 조금 더 풀어나가보려고 한다. 혹시 내 곡의 에피소드 중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면, 아니면 그냥 내가 궁금한 것들이라도 괜찮으니 이 글에 댓글로 남겨주시라. 다음 브이로그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거리가 훨씬 풍성해질 수도 있겠다.


(공연에 와줬던 친구들!)



토크 콘서트 되게 새로웠어요 ㅎㅎ 앉아서 공연하는 딜라이트님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