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하루
250501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아주 오랜만에 한국영화를 보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 라는 영화였다. 멜로영화를 별로 즐겨보진 않지만 나를 잘 아는 누군가의 추천이기에 믿고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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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할 수 없는 이끌림으로 여자와 남자는 만났다. 그 이끌림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둘 중 어느 누구도 말로 사랑한다고 하진 않았지만 서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남자는 지긋지긋한 옛 사랑을 시원섭섭하고도 홀가분하게 보냈고 그렇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됐다. 둘만의 시간은 전혀 급하지 않게 느리게 흘러갔다.
시한부를 선고 받은 남자는 세상을 떠났다. 여자는 웃으며 그를 떠나보내 주었다. 그토록 사랑했는데 어떻게 웃으면서 보내줄 수 있었을까. 아름다운 추억이라도 이별은 아픈건데. 8월의 크리스마스라… 짧았던 여름의 하룻밤 크리스마스가 그렇게 지나갔다.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는 그를 담담히 보내주었지만, 속으로는 눈물을 펑펑 쏟고 있었을 게 분명했다. 매일이 크리스마스 같을 순 없는건가. 왜 언젠가 우리는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고 어떤 순간은 추억으로만 남아야 하는가. 나는 인생에서 바라는 것이 별로 없다. 예쁜 옷도, 취미 생활도, 유명해지는 것도, 비싼 음식도 별로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거의 유일하게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사랑하는 무언가와 이별하는 것이다. 때로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정든 고향이 되기도 하고, 특별한 기억이 담긴 물건이 되기도 한다.
남자는 작은 동네 사진관을 운영했다. 그가 하는 일은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었다. 지금 이 아름다운 순간이 언젠가 빛 바랠, 멈추어있는 사진으로만 남아있기 싫다. 살아있는 하루가 되었음 좋겠다. 나는 한결 같다. 나는 자신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무를거라 약속할 수 있다. 늘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더라. 어찌보면 이 글은 이 아름다운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과격한 감상문일지 모르겠다. 최근 사소한 이별을 겪었다. 하지만 그 고통은 사소하지 않았다. 악명 높은 공포영화를 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데, 왜 이별 이야기는 이토록 나를 한없이 약하게 만드는걸까. 이제 내 곁에 남은 것들이 나를 위로해주고 노래해주길 바란다. 떠나지 않겠다고 말해주기 바란다.
(가사는 비밀)
*앱에서는 못 듣고 웹에서 들을 수 있음


가사는 비밀인데 가사가 들리는 듯한 마법. 마음을 울리는 자작곡이네요. 나중에 언더그라운드에서 듣는날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