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곡을 쓴다는 것.
- YeYoungSing

- 1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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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곡을 쓴다는 것.
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글을 쓴다는 행위가 무엇일까. 어떤 책에서는 독서와 글쓰기는 아주 깊은 연관이 있지 않다고 한다. 관계가 없다라는 말보다는, 다른 원리와 효과를 가진 행위라는 말인 듯하다. 어쨌든, 글쓰기는 곡쓰기와 비슷하다. 곡을 쓰는 싱어송라이터는 다른 음악전공과 다른 것이 있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를 꼽아보자면 ‘연습의 방식’을 말하고 싶다. 싱어송라이터에겐 연습을 뛰어넘는 ‘삶’이 있다.
작품을 만드는 싱어송라이터(줄여서 싱송)에게는 언제나 깊은 사색이 따라온다. 그런 나에게는 싱송 메이트가 있다. 그 친구의 노하우가 담긴 싱송강의를 어깨 너머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중 한 구절이 매우 인상 깊었다. ‘싱어송라이터는 정체성이다’. 싱어송라이터와 락스타를 넘나드는 deLight의 말이다. 딜라이트를 잘 모르는, 명곡을 쓰기 위해 머리카락을 수도 없이 뽑아가며 몰두해본 경험이 없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강의를 위해 만들어진 문장 같이 들릴만 하다. 하지만 이 친구의 삶과 변화를 늘 지켜보고 함께 해왔기에 이 말은 꾸며진 문장이 아닌 ‘경험’에서 나온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삶을 사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구분할 수 없다. 좋은 글을 쓰는 것에 부담을 느껴 시도를 잘하지 않는 것은, 시행착오가 두려워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내 방에 꽂혀있는 아날로그 노트들. 그 안에 쓰인 글들이 부끄러워 나 자신에게조차 숨기곤 했던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은 다시 내게 돌아와 나의 이야기를 꺼내기 좀처럼 어려운 사람이 되어갔다. 좋은 곡은 쉬이 나오는 것이 아닌데, 숱한 시도와 실패작을 거친 후에야 나오는 것인데. 돌이켜보면 그 노트 속에 쓰여진 내용 때문이 아니라 결국 다 채워지지 못한 채 놔둔 몇 되지도 않는 노트의 권수에 부끄러워 하는 게 옳았던 것 같다. 적은 노트의 권수가 시도와 실패를 피하는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글쓰기와 곡쓰기, 그리고 삶을 사는 것을 구분짓지 않고 사는 것에 어느덧 익숙해져간다. 싱어송라이터를 진로로, 아니지 진로니 직업이니 전공이니 하는 부족한 단어는 그만 두고 ‘정체성’ 혹은 ‘존재’라고 다시 말해보자. 싱어송라이터를 ‘정체성’으로 가져온지 이제는 꽤 되었다 말할 수 있고, 삶과 곡쓰기가 참 비슷하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오래 작업을 붙잡는다고 좋은 곡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순식간에 써내려갔다고 안 좋은 곡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화려한 멜로디와 화성보다 단순하지만 진심이 담긴 가사가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힘을 뺐을 때 오히려 잘 풀리고, 때로는 화려한 언변보다 진심이 통하는 법이고. 이런 게 다 사람 사는 거랑 비슷한 게 아닐까. 삶의 비결과 좋은 곡 쓰기가 맞닿아 있다. 그래서 삶을 잘 사는 것이 싱어송라이터에게는 연습과도 같다. 이 삶이 너무 재밌다. 다시 새로운 곡을 쓸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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