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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노래하고 싶어

“나 노래하고 싶어.”

작년 말, 아내가 출산 후 조리원에 있을 때 전화통화 중 한 말이다.

무심코 뱉었는데, 턱 하고 숨이 막혀왔다. 꼭꼭 숨겨두었던 비밀을 발설해버린 기분이었다.

속이 시원했다. 동시에 뺨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지긋지긋한 작년 이야기를 또 꺼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은 나의 3,4월을 결산하는 글이다. 유럽에 출장을 오면서부터 이번 분기를 돌아보았다. 여러 웰던들과 아쉬움들이 공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히 웰던이 많았다. 그 중에서 으뜸을 꼽자면 4월 오사카 공연이다. 정확히 말하면 SSAM밴드 결성이라고 하겠다. 그보다 더 핵심을 말하자면 내 음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나는 항상 스스로에게 불만이 많았다. 잘하기는 하지만 탁월하지는 못한 찝찝함이 싫었다. 그 이유를 늘 다른데서 찾았다. 가장 도망치기 쉬운 피난처는 ‘성실성’이다. 정말 성실하지 않아서 탁월하지 못했는가? 그건 아니다. 내가 꽤 성실하게 연습하며, 할 일 하며 살아온 것은 내 주변인들이 잘 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는가?







얼마전에, 우리 마마세이레코드의 뮤지션들에게 ‘자기 몫’이라는 키워드가 주어졌다.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무슨 말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무릎을 ‘탁‘ 쳤다. “이거로구나!”

자기 몫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자신이 ‘해야하는 일’이고, 둘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해야하는 일은 꼭 해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할 수 있는 일보다, 하고싶은 일을 해버리는 것이다. 하고싶은 일에는 할 수 있는 일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할 수 없는 일도 들어있다. 그러다 보면 주객이 전도된다. 즉, 하고싶은 일만 하다가 해야할 일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실패패턴이었음을 깨달았다. 나의 특유의 ‘정신없음’의 이유였다.






그래서 먼저는 내가 해야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두번째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그동안 잠시 게을리했었던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생활습관부터가 시작이었다. 루틴부터 철저하게 다시 잡고싶었다. 해외에 출장을 가있어도, 언제 어디서든 루틴을 지키려고 발버둥쳤다. 그 다음 큰 실천꺼리는 바로 ‘내 음악’이었다. 꼭 해야하는 일이며,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동시에, 너무나도 하고싶었던. 내 음악을 하기위해 새로운 밴드를 결성했다. 이번 오사카 클럽공연을 통해 첫 발을 내딛었다. 이것은 내게 있어서는 작지만 큰 발걸음이다.





할 수 있는 일에는, LeeJoy 뮤지션 트레이닝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은 내가 이번 분기에 나름 크게 신경쓴 부분이었다. 노래가 느는 것은 정말 쉽지않다. 피나는 노력과 더불어, 성품과도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하고싶은 말은, “아직 멀었다”이다. 이 대작업을 이제 시작하고 있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열매가 맺힐 것이다. 나도 그 길을 걸어왔기에 안다. 지금 당장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눈에 띄는 성과가 아니라 연습루틴, 목, 몸관리, 연락 잘하기 등의 기본세팅이다. 이 기본세팅을 LeeJoy에게 가르치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할 일들을 하면서 가정도 잘 돌보겠다고 다짐했건만, 이 부분이 조금 아쉬운 3,4월이었다. 변명을 하자면 이번 분기에만 3번의 출장이 있었지만, 다 못해낸 것은 나의 잘못이다. 나름 노력했던 것은, 일을 하러 가거나, 먼거리를 이동할 때 되도록 아내와 함께가거나 그게 안되면 이동 중에 전화통화를 했다. 또 집에서 청소 등의 집안일을 주도하려고 노력했고, 아미가 일 가는 동안 루아를 돌보기도 했다. 여기서 나의 개선점은, 파파쌤처럼 ‘자주 연락하기’이다. 돌연 페이스타임을 건다던지 말이다. 가정을 잘 꾸려나가는 것은 음악을 잘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하지만 이것보다 가치있고 위대한 일 역시 없다고 생각한다. 평생 갖은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하지만 동시에 행복한 사명이다.


중요한 것들을 하기위해 잡다한 것들을 걷어내야 했다. 사실, 그것보다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니 자연스럽게 곁가지들이 사라졌다고 봐야한다. 신앙적으로도, 죄에 집중하면 죄가 더 심해지듯이 하지 말아야할 것보다는 정말 나에게 소중한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 정신없기도 정평이 나있는 내가 보증한다. 여하튼, 소중한 것들을 챙기기로 마음먹고 실천한 두 달이었다고 총평을 하겠다.





정말 노래하고 싶었다. 원없이 기타치고 싶었다.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이번 분기를 통해 마련되어서 너무 행복하다..

좋음을 넘어서 탁월함으로, Good을 넘어서 Great의 경지로 올라서고 싶다.

훌륭한 음악인, 리더, 가장이 되고싶다. 이 기세를 몰아 다음 분기, 올해에 벌어질 일들을 꿈꾸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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