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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

지난 11월 20일, <봄여름가을> 이라는 제목의 노래 하나를 발매했다. 11월 20일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쓰여진 날이다. 이 날에 맞춰 <바보>라는 노래로 데뷔를 했었고, 또 한 번 같은 날 자작곡을 발매했다. 그를 존경하는 마음과 서시가 탄생한 11월의 감성을 동경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노래를 발매할 당시 나는 영국의 리버풀이라는 도시에 와 있었다. 그곳에서 음악적 도전을 하기 위해 홀로 왔다. 매일이 도전과 새로움으로 가득찬 즐거운 하루, 하지만 한켠으로는 한국과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그리웠다. 이번 싱글 발매는 보고픈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자 하나의 이벤트였다. 바다 건너 외국에 와 있으니 이 노래가 쓰여진 배경이 생각난다. 그 때에는 외국에서의 도전이 상상 속에서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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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이 되기 전 비행기 한 번 타보지도 못했었고 한 번이라도 다른 나라로 나가보고 싶었었다. 우연한 기회로 몇몇 사람들과 미국 시카고로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지만 어떤 사정으로 기회를 놓치게 되었었다. 그 때 적잖게 실망했었던 기억이 있었다. 실망한 나에게 그 여행을 다녀온 누군가가 시카고의 멋진 도심이 그려진 엽서를 건네주었었다. 나의 아쉬움을 다독여준 두꺼운 종이, 그리고 그 위에 쓰여진 파란 글씨가 아직도 생생하다. 편지의 끝에는 시 한 편이 적혀있었다. 음… 시에 대해 어떤 표현 또는 감상을 남길 수 있을까. 좋았다, 놀라웠다, 굉장히 잘 썼다… 이런 말들도 좋지만 ‘나를 잘 알고 있구나’ 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나조차도 알 수 없었던 당시의 상념과 감성을 표현한 글귀. 주변을 형체 없이 떠다니는 양자처럼 나의 마음도 그랬다.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은 듯, 하지만 누군가 그 기분을 적절하고도 낭만있는 단어들로 표현해주었을 때 기분은 어쩌다가 한 번씩 겪는 소중한 감정일 것이다. 이 때 이후로 나도 여행을 다녀오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낭만이 생겼다. 나중에 이 시가 노래로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가사가 알쏭달쏭 하다고 했지만 나는 이 시가 의미하는 바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25.11.20 <봄여름가을> 티저영상. 그 엽서가 담겨있다.


오랫동안 간직만 해온 그 시를 어느 날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 그 때부터 그 시를 가사 삼아 곡을 쓰기 시작했다. 좋다 못해 더 이상 아무것도 건들고 싶지 않을만큼 맘에 드는, 내 머릿속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그 글귀에 감히 곡조를 붙인다는 건 참으로 긴장이 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완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고, 피아노 반주를 만드는데에 굉장히 애를 먹었다. 하지만 그 작업 기간 동안 깨고 싶지 않은 꿈에 빠진 것처럼 몰두했고 행복했다. 그렇게 완성해놓고선 데모로만 남겨두었던 <봄여름가을>을 잠시 잊은 채 지나오다가 돌아온 11월과 함께 다시 꺼내게 되었다. 지금이 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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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알쏭달쏭하다 말한 건, 많은 표현이 함축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걸 요즘 깨달아가고 있다. 모든 걸 정의할 수는 없는거구나. 어떤 것은 남겨두고, 어떤 것은 말을 하다 말고. 그 침묵까지가 하나의 표현이구나. 봄 여름 가을… 나 너 우리 그리고 음… 매듭을 짓지 않고 남겨두는 것. 어떤 단어를 쓸까 고심하는 언어의 예술.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봄여름가을> 이라는 노래를 듣고 나에게 질문을 하기보단 그저 알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말해주길 바란다. 너무 어려운 부탁인걸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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