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여행
- YeYoungSing

- 11월 24일
- 2분 분량
이제 이 여행도 끝이 보인다. 나는 지금 영국의 리버풀이라는 도시에 와있다. 작은 키보드 두 대를 들고 리버풀의 음악씬을 누비는 한 달짜리 여행이다. 20세기 미국과 더불어 전세계의 음악시장을 주름 잡았던 락의 고장 영국, 세계적인 밴드 비틀즈를 탄생시킨 음악 도시 리버풀에 ‘도전’하러 왔다. 날이 추워 버스킹은 한 대여섯 번 정도 밖에 못했지만, 오픈마이크를 많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리버풀에는 오픈마이크가 많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틈날 대마다 그냥 여행하듯 목적 없이 걸어다니기도 했다. 이곳을 여행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다. “What brings you here?” 왜 왔냐 라는 말인데 영국 사람들은 이 말을 굉장히 멋드러지게 표현한다. 나의 오리지널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던 영국 음악, 그 음악들이 나를 불렀고 이제는 나의 음악으로 이곳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겠다는 포부로 이 땅에 발을 들였다.

사실 영국에 오기 전부터 걱정이 많았다.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 한 편을 봤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그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작은 불빛 하나 없는 어둡고 깊은 해저로 내려간다. 보기만 해도 오싹한 광경에 라버풀에 덩그러니 떨어졌는데 어느 날 혼자라는 게 실감나면 어떡하지. 톰 크루즈가 해저에서 느꼈을 공포감과 막막함이 갑자기 확 밀려오면 어떡하지... 덩달아 무서운 상상이 밀려왔다.
…
여행 3주차,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고 새로웠던 것들은 점점 익숙해져간다.
오늘은 오픈마이크를 끝나고 늦은 밤 유선 이어폰을 귀에 꽃은 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 한 공원을 지나갔다. 이 도시는 벌써부터 한 달이나 남은 크리스마스로 들떠있는가보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위해 공원은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찬 놀이동산으로 변해있었다. 친구들, 가족들, 연인과 함께 크리스마스 축제를 즐기러 온 수많은 사람들. 이곳에 혼자 온 사람은 오직 나뿐인 것 같다. 여전이 귓가에는 따뜻한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기분이 참 묘하다. 여행 말미에서야 영국에 혼자 왔다는 게 실감이 나다니. 인생에서 혼자 이렇게 무언가를 하는 날이 다시 올까. 문득 이 시절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따뜻하고 달콤한 먹거리 앞에서 몇 푼 안되는 주머니의 처지를 생각하며 배를 졸이지만 말이다.

인생이라는 건 단순한 것이 아닌가보다. 추운 겨울일 뿐이고, 많은 인파 속에서 혼자 걷고 있고, 혼자 들기에는 무거운 짐이 어깨에 가득 매어져있고, 귓가에는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올 뿐인데, 특별한 일 하나 없는 하루에 이 작은 것들이 모여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 들뜸은 잊어버린지 오래되어 일상처럼 자리 잡은 여행을 갑자기 돌아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 작은 것들이 모여 표현할 수 없는 강력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오늘 밤이 나중에 인생을 돌이켜봤을 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에서 바다 건너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서 아무도 모르는 도전을 하고 있다. 가진 것도 아는 것도 없이 시작한 오직 나만이 아는 여행, 나만이 아는 이 한 달. 이제 이 여행도 끝이 보인다.




점 세개로 3주가 설명 되다니! 전 더 알고 싶다고요! 저한테 이런저런 얘기해주기입니다!
나만 아는 것들... 진짜 너 말대로 이렇게 혼자 무언갈 할 때가 다시 올까. 소박하고도 거대한 기어코 해낸 첫 혼자영국살이 오츠카레!
오직 나만이 아는 여행, 오직 나만이 아는 하루, 오직 나만이 아는 풍경과 냄새와 풍경과 .. 그리고 연주와 음악. 그것이 바로 나이죠. 예영싱의 도전을 응원하며 정말 멋진 당신을 새삼 느낍니다! I lik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