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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건 쉽게 얻어지지 않아


아홉살 새봄이. 새봄이는 주변에 음악하는 언니 오빠들이 많다. 그래서 보고 들은 것이 많다. 가끔은 기타치며 노래를 부르는 가수 언니들을 흉내내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제법 그럴싸하다.


이 아이에게 오랜만에 피아노를 가르쳤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너는 꼭 정성들여 가르쳐주겠다 약속했지만, 그러지 못해 많이 미안했다. 새봄이는 따로 선생님을 불러 음악 레슨을 받지 않는다. 뮤지션인 언니들이 선생님이다.


새봄이를 가르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철칙이 있다. 악보를 읽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코드를 알려주지 않는다, 자기 귀로 음을 찾게 한다. 언니와 함께 하는 방과후 피아노 수업의 핵심은 ‘배우지 않는 것’ 이다. (현재 새봄이는 메이저 스케일, 1도 블루스 스케일, 6도 블루스 스케일을 활용한 즉흥연주를 할 수 있다. 언니가 피아노로 I-VI-II-V 코드진행, 블루스 12마디, 찬송가 <세상 모든 풍파 너를 흔들어> 를 반주해주면 그 위에 새봄이는 멋진 블루스 플레이를 선보인다.)



나는 많이 배우기도, 배우지 않기도 했다. 코드는 스스로 터득했고 한참 후에야 음악 이론을 배웠다. 노래는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거의 없다. 대신 좋아나는 뮤지션들의 노래를 많이 듣고 카피를 했다.


4월 20일 굿프렌즈 언더그라운드에서 열린 싱어송라이터데이를 준비하며 한국옛날음악의 노래 스타일을 많이 파고 들었다. 연구를 통해 알게된 사실은, 8・90년대 사람들은 노래를 부를 때 박자가 딱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악보를 그려봤는데, 음표로 구사하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조금 빠르거나 조금 밀린다. 이 느긋하고 자유분방한 그루브가 한국옛날음악의 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어떻게 이런 운치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나도 할 수 있다 감성음악, 현직 프로듀서 ooo 과 함께 하는 6주차 감성음악 속성 클래스’ 를 단체로 듣기라도 한 것일까. 바로 노래를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


옛날에는 지금 만큼이나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았다. 배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던 환경 속에서, 그들은 스스로 ‘돌파’했다. 마치 어린 새봄이가 악보를 읽을 줄 몰라 <반짝반짝 작은 별> 계이름을 건반을 하나씩 눌러가며 찾은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깊이 존경한다.


새봄이에게 악보 읽는 방법을 최대한 늦게 알려줄 생각이다. 코드는 좀 더 일찍 알려주고 싶은데, 코드의 개념을 어떻게 스스로 터득하게 할지 연구중이다.




오래 걸리더라도 내 것으로 만드는 것. 존경하는 그 시절 음악인들의 외롭고 느린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다. 감동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의 음악으로 배웠다. 배우지 않았지만 많이도 배웠다. 지나온 시간동안 가장 귀한 것을 배웠고, 지금에서야 나는 남들 다 아는 그 흔한 지식들을 배울 준비가 된 것 같다.


이번 싱어송라이터데이 에서 불렀던 빛과 소금의 <귀한 건 쉽게 얻어지지 않아> 라는 노래를 추천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느리지만 확실한, 외롭지만 행복한 독학자의 길을 가는 모든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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